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의 외국인 공격수, 싸박의 활약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5경기 7골, 시즌 12호 골로 전진우에 이어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싸박은 단연 수원FC 강등권 탈출의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주말 울산전에서는 2골과 1도움을 올리며 K리그1 26라운드 MVP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콜롬비아에 사는 가족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싸박의 멀티골 장면을 직접 지켜본 날이라, 싸박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수+스트라이커 = 가수트라이커' 싸박!
K리그1 무대를 휘젓고 있는 싸박의 본업은 축구선수지만, 동시에 싸박은 가수이기도 합니다. 무려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아티스트로 등록돼 있고, 싸박의 곡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가수' 싸박의 유명세는 본업인 '축구'를 잘하면서 높아졌습니다. 지난달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낸 싱글 음원이 싸박의 '비공식 응원가'가 된 겁니다. 싸박이 골을 넣을 때 수원FC 팬들이 싸박의 노래를 틀어주면, 싸박이 그 앞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싸박의 '서울'은 마치 최근 유행하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노래들처럼 스페인어 가사 곳곳에 숨겨진 한글 가사들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도 노래방, 고깃집 등 한국 문화가 배여 있습니다. 싸박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를 듣고 난 뒤 "케이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서울 이곳저곳을 찾아다닌 것도 너무 재미있었죠. 노래방도 좋았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남산 타워같이 너무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여주기보다는 정말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담고 싶었어요. 노래가 유명해지면서 라커룸에서 코치진도 제 노래를 듣고, 경기에 이긴 뒤에 동료 선수들도 같이 듣고 있더라고요. 너무 좋죠." |
10살 때부터 드럼과 아코디언 연주를 배우며 음악에 친숙해졌다는 싸박. 17살 때 처음으로 본인의 곡을 녹음한 뒤, 싸박은 이제 자유시간이 생기기만 하면 본인만의 예술의 세계를 펼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녹음해둔 곡만 30곡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다음 달엔 팀의 연고지인 '수원'을 주제로 한 새 신곡 발표도 앞두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금쪽이'라 불러…감독님, 코코넛 감사해요!"

이렇게만 보면 '축구선수가 맞나', '본업이 가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싸박은 후반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싸박에게 후반기 경기력이 살아난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적응'입니다.
"저는 지난해 11월에 마지막 경기를 뛰고, 3개월 동안 휴식기였습니다. 한국에 1월에 도착했고 남들처럼 프리시즌을 치르지 못한 채 2월에 시즌을 시작했으니까 그 영향이 컸죠. 또 부상의 여파도 있었기에 초반에는 매우 급했어요. 하지만 시즌 중반 A매치 휴식기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저만의 미니 프리시즌을 가졌던 게 후반기 반등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
여기에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이동해 전형적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9번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라는 김은중 감독의 조언도 싸박의 득점을 도왔습니다.
지난 울산전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은중 감독은 "싸박은 아기 같아서, 밀당을 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싸박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자, 자신도 안다는 듯 약간은 서툰 발음으로 "금쪽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러한 사령탑의 조련은 경기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로도 이어지나 봅니다. 특히 싸박은 지난 울산전 선제골을 넣고 코코넛을 마시는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싸박은 "코코넛을 정말 좋아하는데, 주스를 다 마시고 안쪽의 과육을 먹고 싶어서 코코넛을 칼로 열심히 자르는 걸 SNS 영상으로 올린 적이 있다"면서 "이를 본 감독님이 다음날 껍질이 까진 코코넛을 직접 사주셔서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싸박의 코코넛 사랑에 취재진도 코코넛을 구매해 선물을 전했는데요. 자신도 똑같은 걸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는다며 "방송이 나가면 코코넛 회사가 후원 연락을 주면 좋겠다"는 재치 있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특한 이력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싸박의 머릿속은 사실 온통 '수원FC의 상위 스플릿 진출'로 가득합니다. 득점왕에 대한 욕심도, 하물며 빌보드 1위로 스타의 반열에 오를 기회가 생긴다 해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팀의 승리라고 했습니다. 올 시즌의 끝자락에 싸박은 과연 팬들과 웃으면서 신곡을 부를 수 있을까요?
"팬 여러분, 항상 응원해 주시고 경기장에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경기장을 찾아와서 응원석을 가득 메워주세요. 제 노래도 함께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9월에 나오는 신곡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다음 달 신곡 발표해요!” 가수트라이커 싸박의 꿈?
-
- 입력 2025-08-21 08:00:34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의 외국인 공격수, 싸박의 활약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5경기 7골, 시즌 12호 골로 전진우에 이어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싸박은 단연 수원FC 강등권 탈출의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주말 울산전에서는 2골과 1도움을 올리며 K리그1 26라운드 MVP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콜롬비아에 사는 가족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싸박의 멀티골 장면을 직접 지켜본 날이라, 싸박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수+스트라이커 = 가수트라이커' 싸박!
K리그1 무대를 휘젓고 있는 싸박의 본업은 축구선수지만, 동시에 싸박은 가수이기도 합니다. 무려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아티스트로 등록돼 있고, 싸박의 곡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가수' 싸박의 유명세는 본업인 '축구'를 잘하면서 높아졌습니다. 지난달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낸 싱글 음원이 싸박의 '비공식 응원가'가 된 겁니다. 싸박이 골을 넣을 때 수원FC 팬들이 싸박의 노래를 틀어주면, 싸박이 그 앞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싸박의 '서울'은 마치 최근 유행하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노래들처럼 스페인어 가사 곳곳에 숨겨진 한글 가사들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도 노래방, 고깃집 등 한국 문화가 배여 있습니다. 싸박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를 듣고 난 뒤 "케이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서울 이곳저곳을 찾아다닌 것도 너무 재미있었죠. 노래방도 좋았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남산 타워같이 너무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여주기보다는 정말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담고 싶었어요. 노래가 유명해지면서 라커룸에서 코치진도 제 노래를 듣고, 경기에 이긴 뒤에 동료 선수들도 같이 듣고 있더라고요. 너무 좋죠." |
10살 때부터 드럼과 아코디언 연주를 배우며 음악에 친숙해졌다는 싸박. 17살 때 처음으로 본인의 곡을 녹음한 뒤, 싸박은 이제 자유시간이 생기기만 하면 본인만의 예술의 세계를 펼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녹음해둔 곡만 30곡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다음 달엔 팀의 연고지인 '수원'을 주제로 한 새 신곡 발표도 앞두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금쪽이'라 불러…감독님, 코코넛 감사해요!"

이렇게만 보면 '축구선수가 맞나', '본업이 가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싸박은 후반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싸박에게 후반기 경기력이 살아난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적응'입니다.
"저는 지난해 11월에 마지막 경기를 뛰고, 3개월 동안 휴식기였습니다. 한국에 1월에 도착했고 남들처럼 프리시즌을 치르지 못한 채 2월에 시즌을 시작했으니까 그 영향이 컸죠. 또 부상의 여파도 있었기에 초반에는 매우 급했어요. 하지만 시즌 중반 A매치 휴식기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저만의 미니 프리시즌을 가졌던 게 후반기 반등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
여기에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이동해 전형적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9번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라는 김은중 감독의 조언도 싸박의 득점을 도왔습니다.
지난 울산전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은중 감독은 "싸박은 아기 같아서, 밀당을 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싸박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자, 자신도 안다는 듯 약간은 서툰 발음으로 "금쪽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러한 사령탑의 조련은 경기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로도 이어지나 봅니다. 특히 싸박은 지난 울산전 선제골을 넣고 코코넛을 마시는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싸박은 "코코넛을 정말 좋아하는데, 주스를 다 마시고 안쪽의 과육을 먹고 싶어서 코코넛을 칼로 열심히 자르는 걸 SNS 영상으로 올린 적이 있다"면서 "이를 본 감독님이 다음날 껍질이 까진 코코넛을 직접 사주셔서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싸박의 코코넛 사랑에 취재진도 코코넛을 구매해 선물을 전했는데요. 자신도 똑같은 걸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는다며 "방송이 나가면 코코넛 회사가 후원 연락을 주면 좋겠다"는 재치 있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특한 이력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싸박의 머릿속은 사실 온통 '수원FC의 상위 스플릿 진출'로 가득합니다. 득점왕에 대한 욕심도, 하물며 빌보드 1위로 스타의 반열에 오를 기회가 생긴다 해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팀의 승리라고 했습니다. 올 시즌의 끝자락에 싸박은 과연 팬들과 웃으면서 신곡을 부를 수 있을까요?
"팬 여러분, 항상 응원해 주시고 경기장에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경기장을 찾아와서 응원석을 가득 메워주세요. 제 노래도 함께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9월에 나오는 신곡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
-
김화영 기자 hwa0@kbs.co.kr
김화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