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대회 소란은 내가 일으킨 게 아니다. 내가 오히려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잘못 알려졌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어제(14일) 당 윤리위원회 출석 당시 |
국민의힘을 뒤흔들고 있는 전한길 씨는 어제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전 씨는 이렇게도 주장했습니다.
"최고위원에 나온 김근식 후보가 전한길과 극우들은 나가라고 했다. 평당원을 면전에서 저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
"아이들이 말 좀 안 듣는다고 아버지가 자기 아이를 욕하느냐. 최고위원 후보가 앞에 앉아 있는 당원을 비난해도 되느냐?"
"그럼에도 꾹 참았는데, 당원석에서 먼저 '배신자' 구호가 나왔고 나도 도저히 참지 못해 동참한 것뿐이다."
8일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난동은 탄핵 반대 후보들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11일)고 했지만...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윤리위원회는 어제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를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전과도 없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경고)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팩트 체크' 결과, 언론 보도나 징계 요구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전한길 씨가 마치 선동해서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영상을 확인해 보니, 당원들이 먼저 외치고 전 씨는 김근식 후보가 자신을 비난하자 우발적으로 화가 나서 (나중에) 같이 외쳤다"고 말했습니다.
'배신자를 제일 먼저 외친 사람'이 전한길 씨가 아니니, 현장 난동을 꼭 전한길 씨가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단 설명입니다.
또한 책임 당원이 아닌 전 씨가 책임 당원 좌석으로 넘어간 것이 문제이지, '배신자'를 외친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윤리위 내에선, 경고마저도 하지 말고 '주의'로 끝내자는 의견이 있었고, 결론을 내지 못해 다수결로 결과가 정해졌습니다.

또 "'똘똘 뭉쳐서 하나가 돼서 이재명과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권정당 돼서 윤석열 정부 명예 회복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하니 다들 반박 불가였다", "전한길을 출당 조치하면 당원들이나 시청자들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전한길을 품고 가려는구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부 총질하고 해당 행위를 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척결해서 당의 단합에 일조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윤리위 발표 후 "(지도부가) 죄질이 엄중하다고 말했음에도 예상과 다르게 가벼운 징계 결정이 나왔다"며 "윤리위는 독립 기구이기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로 취재해보니, 의원들도 비판이 상당했습니다.
국민의힘 재선 A 의원은 어제 KBS와의 통화에서 "'전한길 당'이라고 확인시켜 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극우의 힘'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라며 "당을 망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A 의원은 당 윤리위를 향해 "윤리위원들의 소명 의식도, 책임 의식도 없다. 그냥 '될 대로 돼라'식"이라며 "시끄럽게 하면 괜히 골치 아프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논란을) 그냥 피해버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 B 의원도 KBS와의 통화에서 "전한길 씨가 전당대회 행사장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출입 과정에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조사도 설명도 없었다"며 "징계 조치가 더 강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당대회 하나로 이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단순하게 전당대회에서 구호를 외친 것 외에도, (과거) 자기 입으로 '계몽령' 등을 떠든 행동이 어떻게 용인이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아쉽고 놀랍다. (경고 조치는) 약한 결정"이라면서 " 중징계 정도는 결정돼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좀 강하게 하길 바랐다"며 "전한길 씨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 부정선거론 얘기하는 사람은 내부에서도 싫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특검이 (국민의힘을) 해산시킨다면서 (당사로) 들이닥친 상황"이라며 "안에서 티격태격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한가하게 전한길 같은 사람 붙잡고 그렇게 할 일인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안철수·조경태 당 대표 후보는 공개적으로 윤리위 결정에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 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느냐"(안철수), "윤리위도 쇄신 대상이다. 윤리위도 (전한길과) 같은 편인 것"(조경태)이라고 밝혔습니다.
'반탄' 후보들은 결과를 평가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했습니다.
전 씨의 공개 지지를 받은 장동혁 후보는 "윤리위는 독립기구"라며 말을 아꼈고, 김문수 후보도 "판단 근거가 있을 거로 본다"고 했습니다.

"'윤과 단절해야 된다', '내란과 단절해야 된다'. 그건 누구 주장입니까? 이재명과 민주당 주장 아닙니까?"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주최 토론회 |
전한길 씨 논란이 국민의힘으로 본격적으로 옮겨붙기 시작한 시점은, 입당부터였습니다.
전 씨는 대선 닷새만인 6월 8일,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했습니다.
이 사실은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직접 밝혔습니다.
'계엄 찬성' 인사의 입당으로 당 안팎에 파문이 일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서울시당에 전 씨의 과거 발언과 행보가 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열리는 전당대회는, 전 씨가 존재감을 키울 기회였습니다.
전 씨는 "전한길을 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7월 16일),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면 내가 출마하겠다"(7월 19일)며 국민의힘 진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달 8일 첫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해, 탄핵에 찬성하는 후보 연설을 '배신자' 구호로 방해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후보에게는 박수치며 전당대회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국면을 뒤흔든 전한길 씨 논란을 '경징계' 결정으로 매듭지으려 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각종 특검 조사에 당사 압수수색까지 겹치며, 당내에서도 "내부 문제를 더 키우지 말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모습입니다.
전 씨는 현재 탄핵에 반대하는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세력을 과시 중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전 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당대표의 첫 과제는 전 씨 논란을 비롯한 당내 갈등 수습과 극단 세력과의 단절을 포함한 혁신 방향이 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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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힘 의원들도 “당 망치는 결정”…전한길은 ‘후기’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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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15 08:00:51

"전당대회 소란은 내가 일으킨 게 아니다. 내가 오히려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잘못 알려졌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어제(14일) 당 윤리위원회 출석 당시 |
국민의힘을 뒤흔들고 있는 전한길 씨는 어제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전 씨는 이렇게도 주장했습니다.
"최고위원에 나온 김근식 후보가 전한길과 극우들은 나가라고 했다. 평당원을 면전에서 저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
"아이들이 말 좀 안 듣는다고 아버지가 자기 아이를 욕하느냐. 최고위원 후보가 앞에 앉아 있는 당원을 비난해도 되느냐?"
"그럼에도 꾹 참았는데, 당원석에서 먼저 '배신자' 구호가 나왔고 나도 도저히 참지 못해 동참한 것뿐이다."
8일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난동은 탄핵 반대 후보들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11일)고 했지만...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윤리위원회는 어제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를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전과도 없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경고)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팩트 체크' 결과, 언론 보도나 징계 요구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전한길 씨가 마치 선동해서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영상을 확인해 보니, 당원들이 먼저 외치고 전 씨는 김근식 후보가 자신을 비난하자 우발적으로 화가 나서 (나중에) 같이 외쳤다"고 말했습니다.
'배신자를 제일 먼저 외친 사람'이 전한길 씨가 아니니, 현장 난동을 꼭 전한길 씨가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단 설명입니다.
또한 책임 당원이 아닌 전 씨가 책임 당원 좌석으로 넘어간 것이 문제이지, '배신자'를 외친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윤리위 내에선, 경고마저도 하지 말고 '주의'로 끝내자는 의견이 있었고, 결론을 내지 못해 다수결로 결과가 정해졌습니다.

또 "'똘똘 뭉쳐서 하나가 돼서 이재명과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권정당 돼서 윤석열 정부 명예 회복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하니 다들 반박 불가였다", "전한길을 출당 조치하면 당원들이나 시청자들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전한길을 품고 가려는구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부 총질하고 해당 행위를 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척결해서 당의 단합에 일조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윤리위 발표 후 "(지도부가) 죄질이 엄중하다고 말했음에도 예상과 다르게 가벼운 징계 결정이 나왔다"며 "윤리위는 독립 기구이기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로 취재해보니, 의원들도 비판이 상당했습니다.
국민의힘 재선 A 의원은 어제 KBS와의 통화에서 "'전한길 당'이라고 확인시켜 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극우의 힘'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라며 "당을 망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A 의원은 당 윤리위를 향해 "윤리위원들의 소명 의식도, 책임 의식도 없다. 그냥 '될 대로 돼라'식"이라며 "시끄럽게 하면 괜히 골치 아프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논란을) 그냥 피해버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 B 의원도 KBS와의 통화에서 "전한길 씨가 전당대회 행사장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출입 과정에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조사도 설명도 없었다"며 "징계 조치가 더 강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당대회 하나로 이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단순하게 전당대회에서 구호를 외친 것 외에도, (과거) 자기 입으로 '계몽령' 등을 떠든 행동이 어떻게 용인이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아쉽고 놀랍다. (경고 조치는) 약한 결정"이라면서 " 중징계 정도는 결정돼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좀 강하게 하길 바랐다"며 "전한길 씨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 부정선거론 얘기하는 사람은 내부에서도 싫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특검이 (국민의힘을) 해산시킨다면서 (당사로) 들이닥친 상황"이라며 "안에서 티격태격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한가하게 전한길 같은 사람 붙잡고 그렇게 할 일인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안철수·조경태 당 대표 후보는 공개적으로 윤리위 결정에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 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느냐"(안철수), "윤리위도 쇄신 대상이다. 윤리위도 (전한길과) 같은 편인 것"(조경태)이라고 밝혔습니다.
'반탄' 후보들은 결과를 평가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했습니다.
전 씨의 공개 지지를 받은 장동혁 후보는 "윤리위는 독립기구"라며 말을 아꼈고, 김문수 후보도 "판단 근거가 있을 거로 본다"고 했습니다.

"'윤과 단절해야 된다', '내란과 단절해야 된다'. 그건 누구 주장입니까? 이재명과 민주당 주장 아닙니까?"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주최 토론회 |
전한길 씨 논란이 국민의힘으로 본격적으로 옮겨붙기 시작한 시점은, 입당부터였습니다.
전 씨는 대선 닷새만인 6월 8일,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했습니다.
이 사실은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직접 밝혔습니다.
'계엄 찬성' 인사의 입당으로 당 안팎에 파문이 일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서울시당에 전 씨의 과거 발언과 행보가 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열리는 전당대회는, 전 씨가 존재감을 키울 기회였습니다.
전 씨는 "전한길을 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7월 16일),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면 내가 출마하겠다"(7월 19일)며 국민의힘 진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달 8일 첫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해, 탄핵에 찬성하는 후보 연설을 '배신자' 구호로 방해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후보에게는 박수치며 전당대회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국면을 뒤흔든 전한길 씨 논란을 '경징계' 결정으로 매듭지으려 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각종 특검 조사에 당사 압수수색까지 겹치며, 당내에서도 "내부 문제를 더 키우지 말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모습입니다.
전 씨는 현재 탄핵에 반대하는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세력을 과시 중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전 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당대표의 첫 과제는 전 씨 논란을 비롯한 당내 갈등 수습과 극단 세력과의 단절을 포함한 혁신 방향이 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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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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