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로 유턴, 어떤 세금 얼마나 올리나 [세제개편 해부] ①
입력 2025.07.31 (17:00)
수정 2025.07.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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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나왔습니다.
매년 이맘때,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습니다. 어떤 세금을 어떻게 고치고, 세율은 올릴지 내릴지 계획을 내놓습니다.
이번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포괄해 '세법 개정안'이 대신 '세제 개편안'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3년 만의 '세제 개편안'입니다.
정부가 내건 주요 내용은 ▲경제강국 도약 지원 ▲민생안정을 위한 포용적 세제 ▲세입기반 확충 및 조세제도 합리화 등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른 관점에서 뜯어 보겠습니다.
기준은 증세냐, 감세냐입니다.
먼저, '증세'부터 보겠습니다.
■ 증세① 법인세·증권거래세 다시 올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22년 법인세를 인하합니다. 2023년부터 법인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 세율을 1%P(포인트)씩 낮췄습니다. 최소 9%, 최고 24%로 조정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걸 다시 되돌립니다.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6년부터 법인세율은 최소 10%, 최고 25%가 됩니다.
증권거래세율도 '원상복구' 합니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세를 내렸습니다. 알다시피 금투세는 없던 일이 됐죠. 그러니 증권거래세를 2023년 수준인 0.20%로 되돌리자는 겁니다.
■ 증세② 주식 양도소득세도 원래대로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정확히 말하면 대주주 기준을 다시 강화합니다.
일반 소액주주는 주식을 사고팔 때 돈을 벌어도 소득세를 안 냅니다. 하지만 '대주주'는 다릅니다.
관건은 주식을 얼마나 가져야 대주주로 간주하느냐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종목당 10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매년 12월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A 회사 주식을 10억 원어치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부과하고 양도소득세를 매겼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하한선을 50억 원으로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다시 10억 원으로, 원상으로 복구합니다.
세원을 넓혀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입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다시 많아질 수 있습니다. 매도세가 쌓여 전반적인 주가를 끌어내릴 압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 증세③ 농협 준조합원 면세 축소
농협이나 수협 같은 상호금융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줄입니다.
농어민이 아니면서 농협이나 수협에 가입한 준조합원이 대상입니다. 지금은 준조합원이기만 하면, 이자나 배당소득이 모두 비과세입니다.
앞으로는 준조합원 중 총급여가 5천만 원을 초과하거나 종합소득 금액이 3천8백만 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매깁니다. 다만, 다른 소득과 따로 취급해 분리과세 합니다.
금융 회사가 내야 할 세금도 늘어납니다. 금융과 보험업은 수익 금액의 0.5%를 교육세를 내는데, 수익 금액이 1조 원을 초과하는 구간은 세율을 1.0%로 올립니다.

■ "감세 부작용…세원 정상화"
세금 내기 좋아하는 이는 드뭅니다. 세금 올리는 정책은 대체로 인기가 없습니다.
근데 이번엔 왜?
정부는 나라 살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 적자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올해까지 연간 100조 원 적자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걷은 세금(세입)에서 쓴 세금(세출)을 뺀 재정 결손(관리재정수지)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처음 100조를 넘었습니다. 이후 추이는 비슷합니다.
□ 연도별 관리재정수지 (단위: 원) · 2020년: -112조 · 2021년: -90조 · 2022년: -117조 · 2023년: -87조 · 2024년: -104조 |
정부 성향을 떠나 재정 적자가 구조적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합니다. 세금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세출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늘린 정부 지출을 줄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부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정부는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고, "기후·팬데믹 등 재난 위험과 국가 간 미래 먹거리 경쟁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세금을 적게 걷기 때문입니다.
조세부담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이 부담하는 국세는 GDP의 17.6%까지 줄었습니다.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5.0%입니다.
정부는 "조세 부담률이 낮은 상황에서 감세 정책과 구조적 여건의 변화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됐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법인세율 인하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형일 1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거라는 선순환을 의도했다고 보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해 보면 현재로서는 실제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재정 적자가 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어림도 없습니다.
정부 계획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도, (경기나 수출입 등 제반 여건이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올해보다 연간 8조 원 정도 더 걷힐 거로 예상됩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잘 될까
세제 개편안엔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들어갔습니다.
배당에 대한 세금을 낮추면, 상장사들이 배당을 더 늘릴 테고, 그러면 주식 매력도가 올라가니,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도 올라갈 거라는 구상입니다.
이른바 '코스피 5,000 시대'의 핵심 정책입니다.
대상 기업은 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고 직전 3년 평균에 비해서 5% 이상 배당을 늘린 상장법인입니다.
앞으로는 이들 기업이 나눠주는 배당액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 과세합니다.
2천만 원 이하에 대해선 14%, 2천만 원~3억 원까진 20%, 3억 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대해선 35% 세율이 적용됩니다. 지금은 최고세율이 45%인데, 10% 포인트 낮아집니다.
얼마나 세금이 줄지 시뮬레이션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걸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왜 부자들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냐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작 이 정도 깎아줘서 최대주주가 배당을 더 늘리겠냐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세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중 가장 논쟁이 치열할 대목 중 하나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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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31 17:00:07
- 수정2025-07-31 17:46:29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나왔습니다.
매년 이맘때,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습니다. 어떤 세금을 어떻게 고치고, 세율은 올릴지 내릴지 계획을 내놓습니다.
이번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포괄해 '세법 개정안'이 대신 '세제 개편안'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3년 만의 '세제 개편안'입니다.
정부가 내건 주요 내용은 ▲경제강국 도약 지원 ▲민생안정을 위한 포용적 세제 ▲세입기반 확충 및 조세제도 합리화 등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른 관점에서 뜯어 보겠습니다.
기준은 증세냐, 감세냐입니다.
먼저, '증세'부터 보겠습니다.
■ 증세① 법인세·증권거래세 다시 올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22년 법인세를 인하합니다. 2023년부터 법인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 세율을 1%P(포인트)씩 낮췄습니다. 최소 9%, 최고 24%로 조정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걸 다시 되돌립니다.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6년부터 법인세율은 최소 10%, 최고 25%가 됩니다.
증권거래세율도 '원상복구' 합니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세를 내렸습니다. 알다시피 금투세는 없던 일이 됐죠. 그러니 증권거래세를 2023년 수준인 0.20%로 되돌리자는 겁니다.
■ 증세② 주식 양도소득세도 원래대로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정확히 말하면 대주주 기준을 다시 강화합니다.
일반 소액주주는 주식을 사고팔 때 돈을 벌어도 소득세를 안 냅니다. 하지만 '대주주'는 다릅니다.
관건은 주식을 얼마나 가져야 대주주로 간주하느냐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종목당 10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매년 12월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A 회사 주식을 10억 원어치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부과하고 양도소득세를 매겼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하한선을 50억 원으로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다시 10억 원으로, 원상으로 복구합니다.
세원을 넓혀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입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다시 많아질 수 있습니다. 매도세가 쌓여 전반적인 주가를 끌어내릴 압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 증세③ 농협 준조합원 면세 축소
농협이나 수협 같은 상호금융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줄입니다.
농어민이 아니면서 농협이나 수협에 가입한 준조합원이 대상입니다. 지금은 준조합원이기만 하면, 이자나 배당소득이 모두 비과세입니다.
앞으로는 준조합원 중 총급여가 5천만 원을 초과하거나 종합소득 금액이 3천8백만 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매깁니다. 다만, 다른 소득과 따로 취급해 분리과세 합니다.
금융 회사가 내야 할 세금도 늘어납니다. 금융과 보험업은 수익 금액의 0.5%를 교육세를 내는데, 수익 금액이 1조 원을 초과하는 구간은 세율을 1.0%로 올립니다.

■ "감세 부작용…세원 정상화"
세금 내기 좋아하는 이는 드뭅니다. 세금 올리는 정책은 대체로 인기가 없습니다.
근데 이번엔 왜?
정부는 나라 살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 적자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올해까지 연간 100조 원 적자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걷은 세금(세입)에서 쓴 세금(세출)을 뺀 재정 결손(관리재정수지)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처음 100조를 넘었습니다. 이후 추이는 비슷합니다.
□ 연도별 관리재정수지 (단위: 원) · 2020년: -112조 · 2021년: -90조 · 2022년: -117조 · 2023년: -87조 · 2024년: -104조 |
정부 성향을 떠나 재정 적자가 구조적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합니다. 세금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세출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늘린 정부 지출을 줄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부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정부는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고, "기후·팬데믹 등 재난 위험과 국가 간 미래 먹거리 경쟁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세금을 적게 걷기 때문입니다.
조세부담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이 부담하는 국세는 GDP의 17.6%까지 줄었습니다.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5.0%입니다.
정부는 "조세 부담률이 낮은 상황에서 감세 정책과 구조적 여건의 변화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됐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법인세율 인하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형일 1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거라는 선순환을 의도했다고 보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해 보면 현재로서는 실제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재정 적자가 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어림도 없습니다.
정부 계획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도, (경기나 수출입 등 제반 여건이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올해보다 연간 8조 원 정도 더 걷힐 거로 예상됩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잘 될까
세제 개편안엔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들어갔습니다.
배당에 대한 세금을 낮추면, 상장사들이 배당을 더 늘릴 테고, 그러면 주식 매력도가 올라가니,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도 올라갈 거라는 구상입니다.
이른바 '코스피 5,000 시대'의 핵심 정책입니다.
대상 기업은 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고 직전 3년 평균에 비해서 5% 이상 배당을 늘린 상장법인입니다.
앞으로는 이들 기업이 나눠주는 배당액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 과세합니다.
2천만 원 이하에 대해선 14%, 2천만 원~3억 원까진 20%, 3억 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대해선 35% 세율이 적용됩니다. 지금은 최고세율이 45%인데, 10% 포인트 낮아집니다.
얼마나 세금이 줄지 시뮬레이션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걸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왜 부자들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냐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작 이 정도 깎아줘서 최대주주가 배당을 더 늘리겠냐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세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중 가장 논쟁이 치열할 대목 중 하나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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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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