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은 술 때문? 그보다 더 큰 원인 있다! [건강하십니까]

입력 2025.05.03 (09:00) 수정 2025.05.03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방간과 지방간염, 간경변 등 간질환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알코올성 간질환'이란 병명이 있듯이 음주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흔히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이상에서 비롯된 간질환 환자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우리 몸에 살이 찌면 간에도 지방이 차곡차곡 쌓이고, 지방간이 지속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심근경색과 뇌경색,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도 더욱 높아집니다.

■"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원인은 고도비만

43살 남성 태경희 씨는 석 달 전 건강검진에서 자신의 간 상태와 직면했습니다.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훨씬 벗어난 중등도 이상 지방간으로 진단됐습니다. 간섬유화도 0(정상)~4단계(간경변) 중 간경변 직전인 3단계로 나왔습니다.

당시 태경희 씨의 몸무게는 107kg, 키가 178cm니까 고도비만에 해당했습니다.

"저는 술·담배를 전혀 안 하는데 병원에서 그런 검사 결과가 나와서 많이 놀랐죠.
상태가 심각하다고, 운동 안 하고 식단 조절 안 하면 수술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다고 교수님께서 얘기해 주셨어요."

태 씨는 큰 결심을 하고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는 잡곡밥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꿨습니다. 이전엔 치킨을 매우 좋아했지만, 지금은 닭가슴살만 드레싱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식사량도 줄였습니다.

그리고 자주 걸었습니다. 1주일에 3번 이상, 한 번에 5km를 활기차게 걸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석 달 만에 몸무게가 14kg 줄어 현재 93kg이 됐습니다.

몸무게를 줄이자 몸에 변화가 왔습니다. 간 수치가 내려가고 간 섬유화 정도도 나아졌습니다. 중성지방 수치도 줄었습니다. 여러 지표가 점점 정상 범위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태 씨는 노력의 결과에 만족하면서 앞으로 10kg 이상을 더 감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만인 사람의 60~80%가 지방간 동반


국내 연구진 연구 결과를 보면, 성인 인구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7.5%입니다. 남성이 35.9%, 여성이 17.4%입니다.

연령대별로 20~39세 22.5%, 40~64세 28.7%, 65세 이상 34.1%로 나이가 많을수록 지방간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비만인 사람의 60~80%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동반합니다. 지방간 환자의 25~40%가 지방간염으로, 지방간염의 5~18%가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이 중 연간 2.6%가 간암까지 이어집니다.

이한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몸무게가 늘면 보통 체내에 지방산량 자체가 증가한다. 그러면 간세포 내로 유입되는 지방량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간 조직의 5% 이상에서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간세포 중 지방 비중이 5~33%면 경증 지방간, 지방이 34~66%면 중등도 지방간, 그 이상이면 중증 지방간입니다.

이한아 교수는 "지방간이 이 질환의 시작이 된다. 간지방증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독성 지방 물질들이 염증을 유발해서 섬유화와 간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대사이상 간질환 > 알코올성 간질환…해마다 증가

취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 10년간(2014~2023년)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이 포함된 '간의 기타질환'(K76), 대사이상 지방간염이 포함된 '기타 염증성 간질환'(K75)과 '알코올성 간질환'(K70)* 환자 수를 비교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3단상병 코드명


2023년 중년기(40~64세) 인구 중 대사이상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포함한 간질환 환자 수는 63만 8천여 명. 10년 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음주와 관계없이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이 간질환의 주된 원인이 된 경우입니다.


반면 과다한 음주가 원인인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수는 6만여 명이었고, 지난 10년간 30% 감소했습니다.

대사이상 간질환이 알코올성 간질환보다 환자 수도 많고, 해마다 증가 추세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지속되면 심혈관질관 위험도 57%↑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구체적인 위험 정도도 확인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이혁희,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한아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730만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지속되면 심근경색, 뇌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57%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개선되면 질병이 지속되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6% 감소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소화기학회지'에 실렸습니다.

김승업 교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5가지 위험 인자(비만, 고혈압, 당뇨, 낮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모두 기저에 인슐린 저항성이라든지 전신 염증과 관련이 깊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과 심혈관계 합병증도 그것들을 기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약물 개발 아직…식사 줄이고 운동 꾸준히 해야

지방간질환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김승업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승인된 치료제가 하나 있기는 하나 가격도 비싸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처방하기 어려운 약"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한 체중 감소가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체중을 5~7% 이상 줄이면 간 내 지방량과 염증이 감소하고, 10% 이상 감량하면 환자의 45%에서 간섬유화까지 호전된다고 대한간학회는 설명합니다.

빠르게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중등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최대 근력의 50~70%를 쓰는 근력 운동을 매회 30분 넘게 주 3회 이상 꾸준히 지속해야 합니다.

식사는 하루에 총에너지 섭취량을 500kcal 이상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 적정 에너지 섭취량은 남성 1,500~1,800kcal, 여성 1,200~1,500kcal입니다.

우유와 달걀, 두부, 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은 간세포 재생을 돕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유된 녹황색 채소도 간내 대사를 촉진하고 간세포 재생을 돕습니다.

반면 인스턴트 음식과 가공식품, 기름진 육류는 지방간을 만듭니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겪는 이유입니다.

술은 직접적인 간 손상을 유발하고, 2차적으로 지방간염을 일으켜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게 합니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으면 반드시 금주해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방간은 술 때문? 그보다 더 큰 원인 있다! [건강하십니까]
    • 입력 2025-05-03 09:00:33
    • 수정2025-05-03 09:01:15
    심층K

지방간과 지방간염, 간경변 등 간질환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알코올성 간질환'이란 병명이 있듯이 음주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흔히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이상에서 비롯된 간질환 환자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우리 몸에 살이 찌면 간에도 지방이 차곡차곡 쌓이고, 지방간이 지속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심근경색과 뇌경색,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도 더욱 높아집니다.

■"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원인은 고도비만

43살 남성 태경희 씨는 석 달 전 건강검진에서 자신의 간 상태와 직면했습니다.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훨씬 벗어난 중등도 이상 지방간으로 진단됐습니다. 간섬유화도 0(정상)~4단계(간경변) 중 간경변 직전인 3단계로 나왔습니다.

당시 태경희 씨의 몸무게는 107kg, 키가 178cm니까 고도비만에 해당했습니다.

"저는 술·담배를 전혀 안 하는데 병원에서 그런 검사 결과가 나와서 많이 놀랐죠.
상태가 심각하다고, 운동 안 하고 식단 조절 안 하면 수술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다고 교수님께서 얘기해 주셨어요."

태 씨는 큰 결심을 하고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는 잡곡밥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꿨습니다. 이전엔 치킨을 매우 좋아했지만, 지금은 닭가슴살만 드레싱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식사량도 줄였습니다.

그리고 자주 걸었습니다. 1주일에 3번 이상, 한 번에 5km를 활기차게 걸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석 달 만에 몸무게가 14kg 줄어 현재 93kg이 됐습니다.

몸무게를 줄이자 몸에 변화가 왔습니다. 간 수치가 내려가고 간 섬유화 정도도 나아졌습니다. 중성지방 수치도 줄었습니다. 여러 지표가 점점 정상 범위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태 씨는 노력의 결과에 만족하면서 앞으로 10kg 이상을 더 감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만인 사람의 60~80%가 지방간 동반


국내 연구진 연구 결과를 보면, 성인 인구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7.5%입니다. 남성이 35.9%, 여성이 17.4%입니다.

연령대별로 20~39세 22.5%, 40~64세 28.7%, 65세 이상 34.1%로 나이가 많을수록 지방간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비만인 사람의 60~80%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동반합니다. 지방간 환자의 25~40%가 지방간염으로, 지방간염의 5~18%가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이 중 연간 2.6%가 간암까지 이어집니다.

이한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몸무게가 늘면 보통 체내에 지방산량 자체가 증가한다. 그러면 간세포 내로 유입되는 지방량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간 조직의 5% 이상에서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간세포 중 지방 비중이 5~33%면 경증 지방간, 지방이 34~66%면 중등도 지방간, 그 이상이면 중증 지방간입니다.

이한아 교수는 "지방간이 이 질환의 시작이 된다. 간지방증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독성 지방 물질들이 염증을 유발해서 섬유화와 간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대사이상 간질환 > 알코올성 간질환…해마다 증가

취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 10년간(2014~2023년)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이 포함된 '간의 기타질환'(K76), 대사이상 지방간염이 포함된 '기타 염증성 간질환'(K75)과 '알코올성 간질환'(K70)* 환자 수를 비교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3단상병 코드명


2023년 중년기(40~64세) 인구 중 대사이상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포함한 간질환 환자 수는 63만 8천여 명. 10년 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음주와 관계없이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이 간질환의 주된 원인이 된 경우입니다.


반면 과다한 음주가 원인인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수는 6만여 명이었고, 지난 10년간 30% 감소했습니다.

대사이상 간질환이 알코올성 간질환보다 환자 수도 많고, 해마다 증가 추세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지속되면 심혈관질관 위험도 57%↑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구체적인 위험 정도도 확인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이혁희,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한아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730만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지속되면 심근경색, 뇌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57%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개선되면 질병이 지속되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6% 감소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소화기학회지'에 실렸습니다.

김승업 교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5가지 위험 인자(비만, 고혈압, 당뇨, 낮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모두 기저에 인슐린 저항성이라든지 전신 염증과 관련이 깊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과 심혈관계 합병증도 그것들을 기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약물 개발 아직…식사 줄이고 운동 꾸준히 해야

지방간질환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김승업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승인된 치료제가 하나 있기는 하나 가격도 비싸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처방하기 어려운 약"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한 체중 감소가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체중을 5~7% 이상 줄이면 간 내 지방량과 염증이 감소하고, 10% 이상 감량하면 환자의 45%에서 간섬유화까지 호전된다고 대한간학회는 설명합니다.

빠르게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중등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최대 근력의 50~70%를 쓰는 근력 운동을 매회 30분 넘게 주 3회 이상 꾸준히 지속해야 합니다.

식사는 하루에 총에너지 섭취량을 500kcal 이상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 적정 에너지 섭취량은 남성 1,500~1,800kcal, 여성 1,200~1,500kcal입니다.

우유와 달걀, 두부, 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은 간세포 재생을 돕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유된 녹황색 채소도 간내 대사를 촉진하고 간세포 재생을 돕습니다.

반면 인스턴트 음식과 가공식품, 기름진 육류는 지방간을 만듭니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겪는 이유입니다.

술은 직접적인 간 손상을 유발하고, 2차적으로 지방간염을 일으켜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게 합니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으면 반드시 금주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