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입력 2025.04.30 (21:09) 수정 2025.04.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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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K그룹의 현재 지배구조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합니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리면, 지금의 지주사 위에 SK C&C란 회사가 또 있었습니다.

SK 계열사의 IT 일감을 도맡는 회사이자, 최 회장 측 지분이 40%를 넘는 '핵심' 회사였습니다.

이런 '옥상옥' 구조를 풀자며 두 회사는 2015년 8월 합병합니다.

문제는 지분율이었습니다.

합병 전 SK주식회사의 최 회장 지분은 0.5%에도 못 미쳤습니다.

합병 전에 C&C의 기업 가치를 높여 놔야,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배력이 강해지는 구도였던 겁니다.

이 무렵 나온 KBS 기사를 보실까요?

논란을 감수하고도, 계열사들이 C&C에 일감을 계속 줬던 이유가 있었던 건데요.

KBS는 또 다른 '밀어주기'로 보이는 SK텔레콤과 C&C 사이의 의문의 프로젝트를 취재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3년 12월 10일.

SK C&C 계약관리팀이 프로젝트관리팀에 이메일을 보냅니다.

제목, '세금계산서 발행 이후 추가 외주구매' SK텔레콤이 발주한 금융비용 최적화에 계약 금액을 추가하는 'V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니, '리스크 검토'를 해달라고 합니다.

외부 인원 없이 사내 인력으로만 진행하자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C&C 예산 시스템에도 반복 등장하는 의문의 'V프로젝트'.

KBS는 수소문 끝에 관여했던 직원을 만났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계약 금액이) 4억인가 됐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8억 얼마로 바뀐다는 식으로 프로젝트 다 끝날 때쯤 연락이 와서 계약만 증가하고 실제로 리소스(자원 투입) 없이 그냥 끝나고."]

실제 한 일보다 과장하거나, 일은 안 했는데 계약 금액만 늘렸다는 설명

당시 다른 직원들도 일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리스크가 존재한다" "세무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참여 못 하겠다"라고도 합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있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대량으로 등록시키더라고요. 몇십 개가 쫙 올라가요. 이건 '가공 거래'구나…."]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의 C&C 내부 자료 2만여 장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이 발주한 계약 204건에서 세금계산서 발행 이후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 등이 확인됐습니다.

그 결과 SK C&C는 텔레콤에 1,687억 원을 더 청구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지배력 강화에 핵심인 C&C 매출이 그만큼 늘어난 셈입니다.

직원 1명이 연간 10건 넘는 프로젝트를 모두 총괄한 점도 눈에 띕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큰 프로젝트 같으면 1년에 하나 하는 거고요. 동시에 2~3개 이렇게 할 수가 없어요."]

V프로젝트 등은 2015년 1월 끝났고, 석 달 뒤 C&C와 (주)SK 합병이 발표됩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합병이 일어난 뒤로는 그다음부터는 이제 그런 가공 거래가 전혀 없더라고요."]

SK 측은 "10여 년 전 일이라 진위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당시 합병을 앞두고 있어 가짜 일감을 꾸미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허수곤/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앵커]

수상한 흔적은 또 있습니다.

조직도에도 없는 유령 부서가 서류상 계약 금액이 천억이 넘는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SK텔레콤을 세무조사하고 있는 국세청도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송수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SK C&C 홍보 영상/2013년 : "최고 수준의 맨파워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프로젝트 거래 구조는 동일합니다.

SK텔레콤이 발주하고, C&C가 그 일감을 수주합니다.

C&C가 일을 마치고 완료 보고를 하면, 텔레콤이 검수한 뒤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V 프로젝트' 등은 달랐습니다.

돈이 먼저 입금된 뒤 완료 보고서가 작성된 거로 의심됩니다.

실제 업무를 한 것처럼 보고서를 짜맞췄다는 게 당시 C&C 직원의 진술입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불법 행위에 참여 안 해야 되겠다 싶어서 '나는 못 한다'고 이렇게 메일 답변을 보냈습니다."]

담당 부서는 '애플리케이션개발팀'.

C&C의 조직도를 확인했지만,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SK 측은 "조직도에 없던 부서였던 건 맞지만, 한시적 TF 부서라 그랬다"고 해명했는데, 다른 TF 부서들은 당시 조직도에 명기돼 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동일한 자료와 진술 등을 확보했습니다.

가공 거래, 즉 '가짜 일감'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최소 수백억 원 대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부가세 등을 부당환급 받았다고 판단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안수남/세무사 : "(가짜 일감은) 공제받은 부가가치세가 추징당하고, 법인세가 추징당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봐서 가산세만 해도 각각 40%씩."]

SK 측은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와는 별개로 거래 자료를 꾸민 건 사문서위조일 수 있다고 보고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영상편집:김철/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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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최태원 지배구조 핵심 SK C&C, 의문의 ‘V프로젝트’
    • 입력 2025-04-30 21:09:23
    • 수정2025-04-30 22:11:43
    뉴스 9
[앵커]

SK그룹의 현재 지배구조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합니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리면, 지금의 지주사 위에 SK C&C란 회사가 또 있었습니다.

SK 계열사의 IT 일감을 도맡는 회사이자, 최 회장 측 지분이 40%를 넘는 '핵심' 회사였습니다.

이런 '옥상옥' 구조를 풀자며 두 회사는 2015년 8월 합병합니다.

문제는 지분율이었습니다.

합병 전 SK주식회사의 최 회장 지분은 0.5%에도 못 미쳤습니다.

합병 전에 C&C의 기업 가치를 높여 놔야,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배력이 강해지는 구도였던 겁니다.

이 무렵 나온 KBS 기사를 보실까요?

논란을 감수하고도, 계열사들이 C&C에 일감을 계속 줬던 이유가 있었던 건데요.

KBS는 또 다른 '밀어주기'로 보이는 SK텔레콤과 C&C 사이의 의문의 프로젝트를 취재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3년 12월 10일.

SK C&C 계약관리팀이 프로젝트관리팀에 이메일을 보냅니다.

제목, '세금계산서 발행 이후 추가 외주구매' SK텔레콤이 발주한 금융비용 최적화에 계약 금액을 추가하는 'V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니, '리스크 검토'를 해달라고 합니다.

외부 인원 없이 사내 인력으로만 진행하자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C&C 예산 시스템에도 반복 등장하는 의문의 'V프로젝트'.

KBS는 수소문 끝에 관여했던 직원을 만났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계약 금액이) 4억인가 됐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8억 얼마로 바뀐다는 식으로 프로젝트 다 끝날 때쯤 연락이 와서 계약만 증가하고 실제로 리소스(자원 투입) 없이 그냥 끝나고."]

실제 한 일보다 과장하거나, 일은 안 했는데 계약 금액만 늘렸다는 설명

당시 다른 직원들도 일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리스크가 존재한다" "세무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참여 못 하겠다"라고도 합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있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대량으로 등록시키더라고요. 몇십 개가 쫙 올라가요. 이건 '가공 거래'구나…."]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의 C&C 내부 자료 2만여 장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이 발주한 계약 204건에서 세금계산서 발행 이후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 등이 확인됐습니다.

그 결과 SK C&C는 텔레콤에 1,687억 원을 더 청구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지배력 강화에 핵심인 C&C 매출이 그만큼 늘어난 셈입니다.

직원 1명이 연간 10건 넘는 프로젝트를 모두 총괄한 점도 눈에 띕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큰 프로젝트 같으면 1년에 하나 하는 거고요. 동시에 2~3개 이렇게 할 수가 없어요."]

V프로젝트 등은 2015년 1월 끝났고, 석 달 뒤 C&C와 (주)SK 합병이 발표됩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합병이 일어난 뒤로는 그다음부터는 이제 그런 가공 거래가 전혀 없더라고요."]

SK 측은 "10여 년 전 일이라 진위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당시 합병을 앞두고 있어 가짜 일감을 꾸미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허수곤/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앵커]

수상한 흔적은 또 있습니다.

조직도에도 없는 유령 부서가 서류상 계약 금액이 천억이 넘는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SK텔레콤을 세무조사하고 있는 국세청도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송수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SK C&C 홍보 영상/2013년 : "최고 수준의 맨파워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프로젝트 거래 구조는 동일합니다.

SK텔레콤이 발주하고, C&C가 그 일감을 수주합니다.

C&C가 일을 마치고 완료 보고를 하면, 텔레콤이 검수한 뒤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V 프로젝트' 등은 달랐습니다.

돈이 먼저 입금된 뒤 완료 보고서가 작성된 거로 의심됩니다.

실제 업무를 한 것처럼 보고서를 짜맞췄다는 게 당시 C&C 직원의 진술입니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 직원/음성변조 : "불법 행위에 참여 안 해야 되겠다 싶어서 '나는 못 한다'고 이렇게 메일 답변을 보냈습니다."]

담당 부서는 '애플리케이션개발팀'.

C&C의 조직도를 확인했지만,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SK 측은 "조직도에 없던 부서였던 건 맞지만, 한시적 TF 부서라 그랬다"고 해명했는데, 다른 TF 부서들은 당시 조직도에 명기돼 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동일한 자료와 진술 등을 확보했습니다.

가공 거래, 즉 '가짜 일감'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최소 수백억 원 대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부가세 등을 부당환급 받았다고 판단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안수남/세무사 : "(가짜 일감은) 공제받은 부가가치세가 추징당하고, 법인세가 추징당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봐서 가산세만 해도 각각 40%씩."]

SK 측은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와는 별개로 거래 자료를 꾸민 건 사문서위조일 수 있다고 보고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영상편집:김철/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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