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따라가면 더 위험한 ‘점자 블록’…막히고 부서지고

입력 2025.07.23 (19:20) 수정 2025.07.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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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로에 있는 울퉁불퉁한 노란 블록,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대신 해주는 점자 블록인데요.

그런데 현실에선 점자 블록을 따라가면 오히려 위험천만한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임서영 기자가 시각장애인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각장애인 최명애 씨가 조심조심 인도를 걷습니다.

흰 지팡이 끝으로 느껴지는 점자 블록만 믿고 따라갑니다.

그런데 지팡이에 뭔가 걸려 갈 수가 없습니다.

점자 블록 중간을 높다란 전신주가 떡하니 막았습니다.

전신주를 피해 몇 걸음 떼자, 또 다른 전신주와 맞닥뜨립니다.

인도 1km 정도의 점자블록을 전신주 40여 개가 촘촘히도 가로막고 있습니다.

[최명애/시각장애인 : "엄청 가슴 두근두근대죠. 다칠 수 있는 어떤 좀 위험한 물건이 있지 않나 싶어서. 걱정이 일단 되고. 넘어질까봐 좀 겁나고."]

벌써 3년 쨉니다.

앞서 춘천시 도로 공사로 한전이 인근 전신주를 임시로 옮기면서 마땅한 공간이 없다며 점자 블록 자리에 설치한 겁니다.

하지만 조만간 전신주를 철거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전현호/춘천시 도시재생시설팀장 : "임시 전주를 이제 부득이하게 확장되는 도로 끝 선으로 설치를 해 놓은 거고요. 지속적으로 이제 한전에 문서를 보내서 그 일정을 독촉하고 있고요."]

단 한 발 차이로 인도와 차도가 갈리는 횡단보도 앞.

이 곳의 점자 블록은 오래돼 닳아 없어졌습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한 발을 더 내딛는게 너무나 두렵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최명애/시각장애인 : "조금 불안해요.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보행하기가 조금 불안한거 같아요."]

이어지던 블록이 길 중간에서 뚝 끊기기도 하고, 전동킥보드가 점령한 곳도 있습니다.

이곳엔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록은 뜯겨져 나가있고 이렇게 자동차 진입을 억제하는 말뚝이 설치돼 있습니다.

점자블록은 관련 법에 따라 건물 주출입구와 도로 연결 보도 등에 설치가 의무화 되는 등 대상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시각장애인협회가 강원도 내 점자블록 등 500곳을 조사해보니 제대로 설치가 된 곳은 단 3곳 뿐.

1%도 안 됩니다.

[이판구/강원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점자도서관장 : "선형 블럭이 다른 방향으로 돼 있어서 육교를 제대로 못찾았던. 저희가 민원을 넣기도 하고 그렇지만 바로바로 시정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막히고, 사라지고, 끊긴' 점자 블록.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서영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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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따라가면 더 위험한 ‘점자 블록’…막히고 부서지고
    • 입력 2025-07-23 19:20:27
    • 수정2025-07-23 19:37:10
    뉴스7(춘천)
[앵커]

도로에 있는 울퉁불퉁한 노란 블록,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대신 해주는 점자 블록인데요.

그런데 현실에선 점자 블록을 따라가면 오히려 위험천만한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임서영 기자가 시각장애인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각장애인 최명애 씨가 조심조심 인도를 걷습니다.

흰 지팡이 끝으로 느껴지는 점자 블록만 믿고 따라갑니다.

그런데 지팡이에 뭔가 걸려 갈 수가 없습니다.

점자 블록 중간을 높다란 전신주가 떡하니 막았습니다.

전신주를 피해 몇 걸음 떼자, 또 다른 전신주와 맞닥뜨립니다.

인도 1km 정도의 점자블록을 전신주 40여 개가 촘촘히도 가로막고 있습니다.

[최명애/시각장애인 : "엄청 가슴 두근두근대죠. 다칠 수 있는 어떤 좀 위험한 물건이 있지 않나 싶어서. 걱정이 일단 되고. 넘어질까봐 좀 겁나고."]

벌써 3년 쨉니다.

앞서 춘천시 도로 공사로 한전이 인근 전신주를 임시로 옮기면서 마땅한 공간이 없다며 점자 블록 자리에 설치한 겁니다.

하지만 조만간 전신주를 철거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전현호/춘천시 도시재생시설팀장 : "임시 전주를 이제 부득이하게 확장되는 도로 끝 선으로 설치를 해 놓은 거고요. 지속적으로 이제 한전에 문서를 보내서 그 일정을 독촉하고 있고요."]

단 한 발 차이로 인도와 차도가 갈리는 횡단보도 앞.

이 곳의 점자 블록은 오래돼 닳아 없어졌습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한 발을 더 내딛는게 너무나 두렵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최명애/시각장애인 : "조금 불안해요.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보행하기가 조금 불안한거 같아요."]

이어지던 블록이 길 중간에서 뚝 끊기기도 하고, 전동킥보드가 점령한 곳도 있습니다.

이곳엔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록은 뜯겨져 나가있고 이렇게 자동차 진입을 억제하는 말뚝이 설치돼 있습니다.

점자블록은 관련 법에 따라 건물 주출입구와 도로 연결 보도 등에 설치가 의무화 되는 등 대상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시각장애인협회가 강원도 내 점자블록 등 500곳을 조사해보니 제대로 설치가 된 곳은 단 3곳 뿐.

1%도 안 됩니다.

[이판구/강원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점자도서관장 : "선형 블럭이 다른 방향으로 돼 있어서 육교를 제대로 못찾았던. 저희가 민원을 넣기도 하고 그렇지만 바로바로 시정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막히고, 사라지고, 끊긴' 점자 블록.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서영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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