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장애인 절반 ‘고령자’…“장애등급제 폐지로 지원 축소”

입력 2025.04.17 (21:34) 수정 2025.04.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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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정부가 등록장애인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만여 명.

전체 인구의 5%가 조금 넘습니다.

등록장애인 두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10년 전보다 14%p 증가할 정도로 고령 장애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요.

그만큼 촘촘한 장애인 복지 정책이 절실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 정도를 의학적 상태에 따라 분류하던 장애등급제, 개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6년 전 폐지됐는데요.

중증 장애인들은 오히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지원이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뇌병변 장애가 있는 조선동 씨.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활동 지원은 하루 14시간뿐입니다.

[정명화/활동지원사 : "양쪽 손도 다 못써요. 밥이랑 다 먹여줘야 되고. 뒤처리도 우리가 다 해줘야 되고. 걷지도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우리가 다 일으켜 세워야 되고."]

정부의 활동 지원을 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의 종합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조 씨는 이 조사에서 3구간을 받았습니다.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된 종합 조사는 36문항의 점수를 합산해 1구간부터 15구간 사이에서 하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뇌병변 장애인 유정윤 씨는 언어와 청각장애까지 있는데도 아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간 외 등급'을 받았습니다.

공단 측은 유 씨를 만나보지도 않고 서면 심사만 진행했습니다.

중증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전보다 지금의 평가가 허술하다고 말합니다.

[이학인/장애인 인권 운동가 : "중증이라 하더라도 점수표가 낮게 배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는 그래서 종합 점수표가 아니라 종합 조작표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이 점수가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장애가 가장 심한 1구간 장애인은 46명으로, 종합 조사를 받은 전체 장애인의 0.03%에 불과합니다.

획일화된 서면 심사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활동 능력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유정윤/뇌병변 장애인 : "왔다 갔다 이동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영상편집:김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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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장애인 절반 ‘고령자’…“장애등급제 폐지로 지원 축소”
    • 입력 2025-04-17 21:34:29
    • 수정2025-04-17 22:03:49
    뉴스 9
[앵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정부가 등록장애인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만여 명.

전체 인구의 5%가 조금 넘습니다.

등록장애인 두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10년 전보다 14%p 증가할 정도로 고령 장애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요.

그만큼 촘촘한 장애인 복지 정책이 절실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 정도를 의학적 상태에 따라 분류하던 장애등급제, 개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6년 전 폐지됐는데요.

중증 장애인들은 오히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지원이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뇌병변 장애가 있는 조선동 씨.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활동 지원은 하루 14시간뿐입니다.

[정명화/활동지원사 : "양쪽 손도 다 못써요. 밥이랑 다 먹여줘야 되고. 뒤처리도 우리가 다 해줘야 되고. 걷지도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우리가 다 일으켜 세워야 되고."]

정부의 활동 지원을 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의 종합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조 씨는 이 조사에서 3구간을 받았습니다.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된 종합 조사는 36문항의 점수를 합산해 1구간부터 15구간 사이에서 하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뇌병변 장애인 유정윤 씨는 언어와 청각장애까지 있는데도 아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간 외 등급'을 받았습니다.

공단 측은 유 씨를 만나보지도 않고 서면 심사만 진행했습니다.

중증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전보다 지금의 평가가 허술하다고 말합니다.

[이학인/장애인 인권 운동가 : "중증이라 하더라도 점수표가 낮게 배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는 그래서 종합 점수표가 아니라 종합 조작표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이 점수가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장애가 가장 심한 1구간 장애인은 46명으로, 종합 조사를 받은 전체 장애인의 0.03%에 불과합니다.

획일화된 서면 심사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활동 능력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유정윤/뇌병변 장애인 : "왔다 갔다 이동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영상편집:김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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